<내가 가입한 원로통신동호회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교통사고 1999년 12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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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후배님 형님 누님들 친구들 아우님들 누야들
고맙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 합니다.
무척들 놀라셨군요. 하긴 나두 놀랐지요.
<퇴장명령>이 아니라 <최후통첩>이라는데 놀랐고
200년동안 환갑 잔치를 못한 가계인데
진갑까지 지나 멀쩡한 정신으로
역시 <새천년>까지 볼수 있다는데 놀랐지요.
<그건 약과야 청주사는 우영이란 친구말야
.술만 취하면 새천년 새천년 하더니
새끼 새천년두 못보고 죽게 됐더라구 하면서 울었대>
과장이 아니었지요
응급실에 와 본 친구들은 다 그렇게 느꼈을겁니다.
지금 이 순간도 도 제 침대 머리맡엔
<절대안정
1.식사도 누워서 드십시오
2.대소변도 누워서 보십시오>
란 팻말이 붙어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실천은 못해봤습니다만)
2인1실이라 새친구가 된 옆침대 환우한테
(그 분은 손가락을 다쳤어요)
그 팻말을 그 침대로 옮겨다 놓고 아침 내내 킬킬거렸지요.
(당신은 이런 청개구리띠한테 뭘 기대 하시느라고
이렇게 크게 봐주시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세 번 수술을 받았습니다.
1차 봉합 6시간. 피 강제제거 수술 2시간
(나는 그 수술을 피말리는 수술이라 명명 했지요)
그리고 28일엔 아작이 난 (담당의사 표현) 눈알 망태기와
코뼈 수술을 받았지요.
땅굴 복원수술, 그것도 무려 5시간.
간 수치가 떨어지질 않아
매일매일 수술 대기자 명단에서 탈락되어
그야말로 수술의 상상공포를 몇배나 더 만끽 했습니다.
1주일이 연기되었으니까요
수술 설명을 들어보니 원체 겁을 많이 주더라구요.
(덕분에 당신께서 당하신 고통의 신비를 겸허하게
묵상할 기회도 갖게 되었습니다)
1월 7일날 마지막 수술을 받았어요.
거기도 사연이 있습니다.
눈알을 지탱해주던 실겅(코뼈)까지 박살이나서
티타늄으로 복원수술은 했지만
아물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개눈깔(담당의사표현)을 박아야 한다나요?
빼 놓은 눈알이 상해서 도루 집어넣질 못한대요
<개눈깔은 절대 안돼요 제눈을 끼원 주세요>
<그럴려면 전신마취를 또 해야됩니다>
<또 하면 되잖아요?>
<저희 병원에선 한달에 3번이상 전신마취를 안합니다>
<해주세요 개눈깔을 절대 안됩니다>
다행히 그 병원 원장님이 안과 출신이어서 <하번 해보자>고
결단을 내렸고
저는 한달새에 4번의 수술을 받은 환자로 기록을 세웠지요
또 있습니다
마지막 수술을 받고 났는데 담당의사가 그러대요
<이건 1미리의 기적입니다
뒤로 1미리가 더 째졋으면 식물인간이 됐을거구요
앞으로 1미리가 더 째졌으면 눈물샘이 말라버려
눈알을 못쓰게 됐을겁니다>
제 카톨릭 본명이 모세인데요. 비록 홍해를 갈를리는 없겠지만
노후에 유유자적 할 수 있는 그 지팡이 하나 탐이나서
<모세>란 본명을 고집했는데 이젠 당신의 뜻에 맡겨야지요.
<아들아 착각을 하지마라.
내 뜻은 그 모세가 아니라 모세 다얀이었느니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