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하심 박석준 형님 생각이 납니다
2001년 정월달에 원로통신동호회에 입성을 하셨지요
아래는 제가 드린 메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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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오셨을 때 형님이 주고 가신 휘호입니다.
(心淸聞妙香)
마음이 맑으니 / 묘한 향이 끼쳐오네!
처음 접하는 문장이었지요.
聞자는 들을 문자라고 하지요.
삼가 받다 ,가르침을 받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마음 맑으니 묘한 향냄새 듣게된다'> 이렇게 해석해야 맞습니다.
<맡는다>가 아니고 <듣는다>?
그래서 어원을 조사해봤습니다.
"문향득고취하고(聞香得古趣) 심청문묘향이라(心淸聞妙香)"
아하! “향냄새 들으니 옛 취미를 얻고
<마음 맑으니 묘한 향냄새 듣게된다>“
'향을 피우면 사람들은 코로 향기를 맡는다고 하지요
그것이 틀린 말이랍니다.
<향기의 소리를 듣는다>고 해야 맞는다던가요?
주인이 향을 피우고 <문향(聞香)이 어떻습니까?>
또는 <향기의 소리가 어떻게 들립니까?> 라고 하면
손님은 <향성(香聲)이 좋습니다> 또는 <향기의 소리가 좋습니다>
라고 한다더군요.
<향냄새가 어떻습니까?>
<향냄새가 좋습니다> 라고 하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는다네요 하하
설 이전부터 계속 전화를 드렸습니다.
책을 한권 전해드릴려구요
<박성준씨 핸드폰입니다....> 아주머님인지 따님인지 ..
녹음된 목소리였습니다.
설 이후에는 그 소리마저 없어지고 <전화가 꺼져 있습니다>하는 기게음만 들리더군요.
감꽃 형님이 울먹이며 전화를 해 오셨습니다.
<아 전화를 해도 안되고... 병실에 전화를 하면 그런분 안계시다고 하고..>
형님 괜찮으신거지요?
심청문묘향(心淸聞妙香)이 바로 다심(茶心)아닙니까?
웃으면서 차 한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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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호를 쓰신건 2006년 10월21일이었습니다
2006년 추계모임때 제게 선물 할려고 휘호를 액자로 제작 했던것입니다
하심님이 대전 한방 병원에 입원했을 때 문병을 갔지요.
2006년이었습니다
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평소와 다름없는 건겅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목소리엔 힘이 없었습니다.
<발리를 갔었거든. 너무 더워서 엥히 아라스카루 가자 했어.
그런데 아라스카에서 감기에 걸린거야. 병원에 갔더니 췌장암
말기래.....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렇대나?>
<형님이 무슨 스트레스를 받아요?>
내가 아는 하심님은 가고 싶은곳을 맘대로 갈수있는
팔자 좋은 늙은이였다. 그런데 무슨 스트레스를....
<우리가 미국엘 한번 갈래두 일주일정도 시차 적응 훈련을 해야 한대.
그걸 난 평생 무시 하고 일년에도 몇 번씩 지구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 다녔거든...그게 스트레스의 원인이었어>
그 얘길 듣고 나는 <아니>라고 생각 했지요.
(아니죠. 형님이 스트레스를 받은건 병원에서 감긴줄 알았다가
췌장암 판정을 받았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그게 스트레스가 된겁니다.
차라리 병원엘 가지 않고 암인걸 몰랐으면 그럭저럭 이겨 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차마 그 얘길 못했습니다. 단지
<나이 70이 넘으면 인체도 시들시들해져서 병의 진행 속도도
더디다구 하대요. 암에 걸리던 안걸리던 똑같이 살다가 죽게 되는거지요>
그러면서 덧 붙였지요.
<저엉 못 참을 정도로 아프기 전엔 양의가 있는 병원엔 가지 마세요>
언젠가 책방에서 읽은 한귀절이 떠 올랐습니다.
<암 환자의 80퍼센트는 치료에 의해서 죽는다>
그게 어느 책이더라?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문병을 갔습니다.
불과 몇달 사이인데 너무나 여위였습니다
한참 투병중일 때 내가 써놓은 수목장 예찬 글에
하심님이 댓글을 단게 생각이 났습니다.
<야 신난다. 나혼자 엉뚱한 일 했나 했는데....
독일에서는 나무에 못 하나 명패도 붙이지 않습니다.
그냥 내 나무만 정해 놓고 유골은 사방에다 뿌립니다.
유골이 분해되고 나무에도 해를 끼치지않는 화학적인 처리를 한답니다.
저는 황토와 마사등을 잘 섞어서 한지에 싸서 2m가령 깊이에 묻는답니다.
2년이면 완전히 분해되어 없어집니다.
결국은 소나무도 모두 없어집니다. 그야말로 無有恐怖입니다.
며칠 쉴렵니다. 항암치료 중입니다.양해바랍니다. 03.23 08:41>
형님 무유공포가 뭐유?
<없다 있다 두렵다 두렵다?>
안 그럴것 같으면서도 사람 곤혹스레 만드는데 뭐 잇슈
어디 댓글 좀 한번 달아 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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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고개 형님도 이미 타계하셨지요
돌아가신 분들의 사진이나 찾아 볼까요?
강화도 전등사 근처에 수목장으로 모셨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꼭 49제나 백일 탈상을 하는 시속을 흉내 내어서가 아니라
100일전에는 꼭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게 바로 그달 말일경으로 숨이 턱에 닿게 되었습니다
대충 샤워를 끝내고 고속도로에 접어 드니 다섯시 반.
그런데 그칠줄 알았던 비는 계속 쏟아지고
뉴스에선 경기도 일대에 20에서 80미리의 비가 내릴것이고
게다가 태풍 <나리>가 온대나요?
결국 안성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가자 했는데
그대로 푸욱 자버렸습니다.
일어나보니 거짓말 처럼 비는 그쳐버렸고..
쉬엄 쉬엄 가면서 점심까지 먹고
전등사엘 도착한게 오후 3시경
사무실에 가서 여차여차 했더니
고인의 이름으로 등재된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주의 이름을 알아야 된다고...알수가 있나요?
따님 이름이 박민정이? 없다네요
그러다가 박찬우란 이름이 가까스로 생각 났습니다.
미타 348
동판으로 명패를 붙여 놓았는데 어떻게 작은지
돋보기를 쓰고 봐도 생몰 연월일이 보이질 않더군요.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