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화가>였던 박고석 선생이
1970년대에 그린 <도봉산>이다.
갑자기 왜 이 그림인가?
생리적인 조짐을 느끼고 그날 새벽에
천막을 기어 나왔다.
참을수 있는데까지 참으면서
광막한 백 사막을 걸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30분쯤 걸었을까?
쭈그리고 앉아 바지를 내렸는데
내 의식은 순식간에 타임머쉰을 타고
1958년 말의 정릉 산골짜구니에 도착 했다.
그때 미술과에 있는 친구
윤석태(경주대학교 석좌교수)군의 은사인
박고석 선생이 정릉 골짜구니에 살고 있어서
그를 따라 선생댁엘 들렸다.
(선생이 24년후인 1994년에 다시 그린 <도봉산>이다)
함부로 산을 헐어 무허가 건물을 지을때였다.
선생도 그중 높은곳을 차지해 가건물을 지어 놓았다.
<화장실이 어딥니까?>
선생이 가르쳐준 화장실은
집에서 좀 떨어진 숲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가서 보니 바람에 덜렁거리는 문짝이
겨우 내 정강이를 가릴 정도 였다.
요즘 중국에 가보면 그런 화장실을 흔히 볼수 있지만
아무리 못살아도 화장실은 거적대기로 가려놓은
은밀한 공간이었는데
이거야 앉아도 머리통이 보이는 곳이니...
나는 당황했다.
그런데 어쩌랴
거기 쪼그리고 앉아 내려다보니 우와~
가물거리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저 멀리
방금 올라온 판자집 동네의 구불구불한 길이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었다.
(아하 이래서 선생님은 일부러....)
사막 한가운데서 볼일을 보면서
나는 고소 했다.
그날 정릉에서는
그 좁은 공간에서도 호연지기를 느꼈는데
광대무변의 사막 한가운데서
왜 이리 나는 작아지고 초라해지는가?
살만큼 살아온 겸손인가?
아니면 눈치 코치 다 보며 살아온 비겁인가?
이윽고 해가 뜨기 시작했다.
나는 오던길을 다시 걸어 야영지로 돌아오면서
기기묘묘하게 생긴 석회암 거석들을 감상 했다.
평균 높이 5미터 ...새도 같고 버섯도 같다.
자연의 조형미...2차원의 세계에 온것같은 착각..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다.
더 더워지기 전에 길을 떠나야 했다.
30키로쯤 달려와서 베드윈 기사가 차를 세웠다.
아니 이런...그것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
아니 나무 한그루 없는 작은 수영장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미남의 베드윈 아저씨가 책을 읽고 있었다.
<뭔 책이요?>
책을 가리키며 우리 말로 물었더니
<코란...>
아하 역시 무슬림이었다.
밖으로 나오니 우리 기사가 설걷이를 하고 있었다.
홍양은 머리를 감는가 했더니
박철 작가에게 떠밀려 물속으로 들어갔다.
어젯밤에 나한테 진로소주 한병을 상납 받은
이웃 천막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웃고 있었는데
잠시후 그들까지 물속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중국인 처녀는 돈을 말리는데
역시 박철 작가에게 떠밀려 물 벼락을 맞은
김지수 작가는 담배를 말리고 있다.
잠시의 수영장 해프닝을 마치고
우린 다시 차에 올랐다.
다음에 도착 한곳은 풀라워스톤
꽃과 조개 모양의 작은 돌들이 널부러져 있다.
(당시에 찍은건 핀이 안맞아서 몰래 반출해온것을 다시 찍었다)
여기서부터는 풍경이 바뀐다.
여태까지 보아온 백사막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흑사막이라는 정 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기자에서 본 피라미트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름도 피라미트 마운틴이다.
그 산을 바라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피라미트를 밑에서부터 쌓아 올린게 아니라
저런 산을 이용해서 위에서부터 쌓아 내린거라면?
그렇다면 세계 최대의 불가사의라는
수수께끼 하나가 풀려 나갈텐데....
다시 카이로로 왔다.
라마단 기간이라 식당마다 가족들로 만원이다.
두 여자가 이웃 자리에 있는 아기를
서로 안아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여자들 특유의 모성애가 아닐까?.
아참 또 있다.
오늘 저녁 만찬은 흥은경 양의 친구인
두이 여사가 참석 했다.
남편이 전라도 어딘가의 대학에 출강하고 있어
한국에도 여러번 다녀 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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