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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이라더니 어머니 한분만 편찮으신게 아니라 집사람도 말초신경이 굳
어진다는 <레이노씨>병인가 뭘로 비슷한 기간동안 함께 투병을 하는 입장이었다.
신체적으로 불편한 고부간의 한집 생활은 서로간에도 고역이 아닐수가 없었고
수입이 늘 불규칙할수밖에 없는 무능한 <작가 남편> <작가 아들>은 약값 몇푼
을손에 쥐고서도 <어머니 먼저냐 아내 먼저냐> 두 여자(?)의 눈치를 살피기에
만도 급급했다.
다행히 10남매를 키우시느라고 고생하신 당신의 기억을 간직하고있는 동생들
이 걸핏하면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큰 아들만 자식이냐? 나도 모시겠다>
<아들만 자식이냐? 이번앤 딸네 집으로 가시자>
동생들의 이런 모시기 경쟁(?)과 혼자 힘으론 맘대로 거동을 못하시니까 여
기저기 다녀 보시고 싶은 당신의 소망때문에 언제 부턴가 어머니는 그야말로 <
정처>가 없이 10남매의 자식들 집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어머님 지금 어디 계셔?“
”상계동에 계시잖아요?“
상계동으로 전화를 걸어보면 청주로 가셨다고 그러고 청주로 전화를 걸어 보면
대전..대전으로 전화를 걸어보면 또 어느틈에 수원으로 가셨단다.
”제엔장 이게 뭐유? 다 늙게 <엄마찾아 삼만리>네“
지체가 자유스럽지 못한 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모셔오고 하다보니까 우리
십남매는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기회가 잦아졌고 행사때 마다 어머니가 계신
집으로 전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회동을 하다보니 가족간의 화목이 돈독해진
다는 장점도 없지는 않았다.
또 어머니 친구분들은 <자식이 많으셔서 이집 저집 다니시고 좀 좋으시냐>하고
은근히 부러워 하기도 했지만 자식들 마음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더군다나 <빙신> 같아도 나는 당신의 사랑을 가장 긴 시간에 걸쳐서 받고있는
큰아들,장남이 아닌가? 마음이 편할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