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각산방 이야기

민통선 답사기(1)

첫날 2009. 9. 30. 10:23

2009년 9월26일

 

어디서나 흔히 볼수 있는길이다

행암리 쪽길까지 안내하는 네비게이숀으로서는

당연히 안내 해야 할 탄탄대로이다

 

 

 그러나 내 네비게이숀은 반응이 없다.

화면은 아예 백판이고

1분이 멀다 하고 수다를 떨던 입은 애써 침묵이다.

이럴수가 있는가?

 

 


 

아니다 이럴수가 있다.

여기가 바로 판문점과 개성을 거쳐

평양 신의주까지 갈 수 있는 민통선 길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 한지 내년이면 어언 60

무슨 말을 하랴!

막막한 가슴을 달래기 위해 운전을 하면서 디카를 꺼내 들었다

몰래 카메라다.

 

 

추석 성묘객을 위해 민통선이 개방된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그날부터 좀이 쑤셨다.

먼저 번에는 허준 선생 묘소 이외

다른 문중의 산소를 살필 여유가 없었다.

 


 
 

조금전 지나온 통일의 관문 검문소에서

처음 이곳에 왔던 2005년도의 일이 생각 났다

그해 추석을 빙자해서 허준 선생 산소를 찾아볼 생각으로

새벽길을 도아 이곳엘 왔다.

 

그런데 허씨 후손이 아니라고 통과 불허였다.

<아 내가 허씨네 외손자라구>

허지만 이런 거짓말도 통하질 않았다.

 

합참 공보실장 한테 항의 전화를 했더니

<취재>는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청주 구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교시절부터 알던 그 친구가 바로 허씨였다.

친구를 옆자리에 태우고 다시 판문점쪽 검문소를 찾아 갔더니

무사 통과였다.

 


 

 

금년엔 많이 완화가 되었다지만

행여 또 그런일이 없으란법은 없지 않은가?

제자 작가들에게 파주 근처에 허씨 성가진 친구가 없느냐고 했더니

<왜요? 허선생님 안가신대요?>

<그 친구가중풍으로 쓰러졌어>

 


 

<그럼 xx씨를 모시고 가세요 파주 사시잖아요?>

나는 무릎을 쳤다.

언젠가 파주 근처에서 혼자 산다는 얘길 들었다.

여기저기 물어 가까스로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이게 얼마만인가? 반색을 한다.

 

물론 지금 내 옆엔 xx씨가 타고 있다,

 


 

허준 선생 묘소를 처음 찾는다는 그녀는

한복으로 성장을 하고

몇 년전에 집에서 담아 놓았다는 인삼주 까지 가지고 왔다.

 


 

허준 선생 산소는 개축을 해서 봉분은 좀 커졌지만

떼가 살질 않았다.

먼저 번엔 산돼지가 파 헤치고

  

성묘를 마치고 그녀는 산소에 성수를 뿌렸다.

독실한 카토릭 신자인 그녀는 성수까지 준비해 왔다.

 

 


 

주차장으로 먼저 내려와 그녀를 기다렸지만

20분이 지나도 내려오질 않는다.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고

 


 

무슨 일인가 싶어 허겁지겁 다시 올리가 봤다.

 

그녀는 태평스럽게 산소에 난 잡초를 뽑고 있었다.

<저절로 기도가 나왔어요 잡초를 뽑으며 내내 기도를 했어요>

나원..

 

오늘 연천으로 가서

허목선생 묘소까지 참배할 생각이었던 나는

초조해 졌다.그렇다고 내색을 할 수가 있나?

 

<네 계속 뽑으세요>

인심을 쓰는척 한술 더 떴다 

<난 다른 산소좀 둘러보고 한시간쯤후에 다시 올께요>

그러면 같이 가요 할줄 알았다,

<네 주차장에 오셔서 빵빵 거리세요>

이거야 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