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기로 떠난 일본 여행기(1)
미국에서 김지수 작가의 친구가 왔다.
한국일보 워싱톤 지사의 정영희 차장이다.
한번도 일본엘 가본일이 없다는 그녀를 위해
김작가가 일본의 온천 여행을 준비 했다.
2008년 10월 22일 오전 8시,
행암리 식구들은 일본의 고마쓰 공항으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그녀를 만났다.
김작가와 최차장이 반갑게 포옹을 했지만
나도 그 반가움 때문에 미쳐 디카에 담지 못했다.
김작가는 3년만이라고 했지만 나는 20년만이다.
“그런데도 안 변했군”
“아뇨 선생님이야 말로 옛날 그대로에요”
결혼과 더불어 미국으로 떠난 그녀는
<비행기 꼬랑지>만 봐도 한국이 그립고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2살백이 아들을 들쳐 업고
서울 압구정동에 있던 내 집필실로 찾아왔다.
20년전에 찍어 놓고 아직도 전해주지 못한 사진이다.
“범석이가 손가락을 빨때였죠”
그래, 그때 우리는 낙산사를 비롯해서 소금강등
강원도 일대를 헤멨었지..
“그놈이 지금 몇학년이야?”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 하고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1년간 한국에서 연수를 한다고 했다.
아아 벌써 세월이....
아들이 엄마를 보고 싶다고 해서 핑계김에 한국엘 나왔다고
“신문사 일은 어때?”
“정신 없죠 뭐 교육섹션을 담당 하고 있는데
1주일에 평균 20페이지를 메꿔야 해요“
미국 신문과 똑같이 폭은 한국 신문보다 1단이 좁단다.
그런데 매일 96페이지나 되고 주말엔 120페이지,
원싱톤에서만 2만부를 찍는댄다.
직원수는 파트타임 기자를 포함해서 100여명
우와~ 대단 하구만.
무슨 얘기들이 그리 많은지....
고마쓰 공항에 도착 하는 1시간 50분동안
그녀들은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12시경에 고마쓰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가 동해로 불리우는 일본해 옆에 위치한
고마쓰 공항은 위도상으로는 도쿄와 비슷한
일본의 서부지역이다.
공항 짐 찾는 곳이다.
마약 탐색견 옆에 있는 카트 마다
참이슬 광고판이 붙어 있다.
요즘은 세계 어딜 가도
한국의 상호와 상품명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갑다.
셔틀버스로 2분 거리인 렌트카 영업소로 갔다.
지난번에도 도요다 승용차였는데
이번에도 역시 도요다였다.
“일본 와서 박작가는 기사 노릇하고
나는 가이드나 할까?“
김작가의 농담이었다. 그럼 난 뭘 하나?
속으로 한 말을 알아듣기나 한듯이
“선생님은 돈이나 챙기시구요”
하하
“길이 좁네요”
일본 방문의 첫 소감을 정차장은 이렇게 얘길 했다.
“미주판의 한국일보 같지? 폭이 일단 좁고
한국은 시속 60키로가 보통인데 여긴 50키로야“
그러면서 우린 웃었다.
“첫번째로 보실곳은 나타데라입니다>
정말 박작가는 초행길인데도 익숙하게 운전을 했다.
네비게이션이 붙어 있다고 하지만
일본말을 알아 듣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나타데라가 뭔가 했더니
那谷寺란 절이었군.
어찌나자 골곡자...왜 어찌나자를 붙였을까?
어찌하랴? 어찌하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단 내렸다.
디카만 들이대면 두여자는 환하게 웃는다.
안내판이 제 대로 찍히지 않았다.
가이드북을 보니 白山이라고 써 있는데
<하쿠산>이라고 읽는댄다.
이시카와 현에서 가장 큰 산
일본의 100대 명산중에서 87번째
표고가 2702미터다.
백두산 높이가 2744미터
(국민학교때 외운건데
아직도 기억력은 쓸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두산 보다 42미터가 낮다.
이 하쿠산은 강설량이 유난히 많아서
유명한 스키장만도 8곳이나 된단다.
이 하쿠산의 3대 사찰중 하나인 나타데라....
입장료는 500엔.
정원과 서원까지 본다면 700엔이란다.
(까짓거 다 보지 뭐)
막상 입구에 들어서니 멀리 <食堂> 간판이 보였다.
그러구보니 배가 고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으니 저기서 밥부터 먹자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식당>이 아니라 <金堂>이다.
엠병 그러면 그렇지 절 안에 웬 식당이람...
(금방 기억력은 쓸만 하다구 했는데
눈만은 나이를 못 속이는구나하는 쓸쓸한 자괴감이..... )
그런데 바닥이 온통 이끼로 덮여 있다.
녹색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부드러운 볼룸감이
금새 그 자괴감을 잊게 했다.
박작가가 찍은 사진이 더 잘나왔다.
하긴 내 디카에 비하면 격이 다르지.
어둡고 습한데서 잘 자라는게 이끼다
아하 여긴 나무숲 때문에 반그늘이 져서 그렇구나!
이 절은 서기 717년에 타이쵸우 대사가
바위 동굴에 천수관음을 안치 하면서 생긴
불교 진언종의 사찰이다.
진언종은 진언을 외우고 독송하는
밀교 계통의 종파란다.
‘깊고 오묘한 가르침’을 뜻하는 이 종파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총본산은 대구의 대봉 진광원이고.
교세는 사찰20여곳,승려30여명,신도 4만정도라고 한다.
이 절은 특히 가을철의 단풍이 압권이라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철이 좀 일러서 그렇지
단풍이 들면 장관을 이루었으리라
길옆 군데 군데 비를 든 동자승이 서있다.
스님들이 ‘깊고 오묘한 진리’를 수행할 때
조심스럽게 비질을 하느라고
이렇게 작은 싸리비를 들고 있는것일까?
본전 입구이다.
맨처음 저 바위굴속에 천수관음을
안치 했었단 얘긴가?
내려다보니 수령 몇백년의 단풍나무가 그윽하다.
다시 올려다보니
암벽에 위태위태 하게 매달린 본전이 보인다.
일본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 되어 있다.
저 건물은 무엇일꼬?
(가까히 가 본들 아나?)
올라가서 살펴 보려다가 단념했다.
그래도 아쉬움에 계단에서 찰칵!
오래 전부터 일본에는
한줄짜리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어 왔다.
하이쿠다.
그들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먼길을 여행하고 방랑하며 한 줄의 시를 남겼다,
이 절경에 어찌 한줄의 시가 없을 손가?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대해.
자연과 인생에 대해.
그리고 허수아비 뱃속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와
물고기 눈에 어린 눈물에 대해.....‘
누군가 인터넷에 올린글이다.
수백년 전 일본에서 시작된 하이쿠...
오늘날 일본에만 하이쿠 시를 쓰는
작가가 백만명 정도로 추산 된다고 한다.
절에서 내려오다 보니
연못 가에 한 마리 백조가 박제 되어 있었다.
가까히 가서 보니 틀림없는 박제다.
“아니다 살아있다”
“아니야 박제야”
큰 소리로 떠들어도 꼼짝도 앉는다.
헌데 이상하긴 이상하다 하필이면 이런 장소에?
돌을 집어다가 던져 보았다.
아 그랬더니...
고개를 번쩍 드는걸 보니
박제가 아니라 생물이었다.아 미안 미안,
오수를 즐긴것은 아닐테고
수행 삼매에 빠진것을 우리가 깨운 모양이다.
그만 나갈까 했더니
특별 요금으로 더 낸 200원어치 관광이 남아 있었다.
먼저 일본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는
서원을 보러 갔다.
나타데라의 글방인 모양이다.
서원의 뒷마당 격인 후원으로 갔다.
잘 가꾸어진 전형적인 일본식 정원,
다실도 있었는데 수리중이라 찍지 않았다.
아니 배가 고파서 대강 대강 둘러보고 나갈 생각이었다.
다시 차를 타고 고마쓰 공항 방향으로 이동,
“아디루 가는거야?”
“이시카현에서 랭킹 1위라는 우동집요”
가이드북에서 찾아낸 모양이다.
10분쯤 달려서 마침내 대망의 우동집으로 왔다.
中佐中店?
佐는 도울자인데...
나카사나카텐으로 읽는단다.
그런데 아뿔사!
가던날이 장날이라더니 정기 휴일이다.
“야 돌아서. 기념사진이나 하나 찍자”
<랭킹 1위>라는 집이 어떤집인지
열심히 살피는 두 여자에게 소리를 질렀다.
웃긴? 이제 어디가서 라면이라두 먹을판인데
웃음이 나와?